사실 나는 글쟁이라고 이름붙이기도 머슥한 제 깜냥을 가진 글쟁이가 아니다. 바른 소리로 말하자면 국문학과를 나오지도 않았으며, 어려서부터 뭐하나 잘하는 것 없는 그저 평균이하의 여학생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새 남들은 나를 글쟁이라고 부른다. 제 값을 못했다고 생각되서인지 누군가 나를 글쟁이로 이야기할 때마다 불편한 심기가 있다. 혼자 생각하기론 내가 가진 것은 뛰어난 문장력이 아니라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일 뿐인데 말이다. 그것이 그동안 공론화되기 어려웠던 장애인의 섹스이야기를 하는데 다소나마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믿는다. 사실 그렇다. 섹스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어떤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야하는 것도, 특별한 천재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나의 상상이 장애인들의 삶과 맞닿아 소통되었던 것이다. 이런 유의미함에서 출발한 나만의 원칙이 있다. 그런 소통의 원칙들만이 글쟁이로써 나를 존재하게 한다. 이 책으로 말미암아 장애인의 성이야기에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서길 바라지 않는다. 어렵사리 이 책을 접했을 장애인들이 이제 밖으로 나와 같은 입장을 가진 동지로 만나 이야기할 그날을 기대할 뿐이다.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 www.foxyable.net에 실린 내용을 별 가감없이 실었다. 동성애자의 섹스를 다룬 내용의 제목은 해울출판사의 '신이허락한 사랑, 인간이 금지한 사랑'의 제목 그대로를 소제목으로 표기했다. 이 책을 읽고 비장애인 중심, 이성애중심의 성에 대한 견고한 벽이 조금씩이나마 바뀌길 바란다.
책이 출판을 앞두고 고마우신 많은 분들이 떠오른다. 먼저 섹스스토리라는 제목으로 많은 장애인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지면을 할애해주신 인터넷장애인신문 에이블뉴스의 백종환 편집국장님과 대한여성오르가즘운동협회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여성의 오르가즘전도사로 일하고 있는 팍시러브넷의 이연희님, 김봉순님, 견명인님, 배정학님, 루미님, 달님, 쿠럇토님, 마비스님, 송혁중님, 김영진님, 이소정님, 안은선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의 한채윤님과 돈도 안될 책을 내시느라 밤잠을 설치셨을 동천사의 백관선 사장님과 어리숙한 필자에게 충고를 아끼지 않고 있는 정우영님과 권경희님, 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일깨워 주셨던 미디어평론가 변정수님께도 같은 마음이다.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한 처음부터 칭찬과 격려로 본 필자를 지켜봐주고 있는 든든한 후원자이자 친구인 이강유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앞으로 태어날 그의 아들딸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더할나위 없겠다.
마지막으로 열달도 못채우고 세상에 태어난 딸에게 사회에서 요구하는 ‘착한 여자’가 아니라 ‘강건한 사람’으로 크기를 바라시고 무슨 일이든 말없이 지켜보시면서 가슴죄이셨을 내 아버지에게 이 책이 좋은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
# by 깜짝마녀 | 2005/07/22 14:13 | 트랙백(1) | 덧글(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