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째인지 모른다.
텔레비젼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텔레비젼을 그나마 자주 보게 된 것은 작년 겨울 한 친구가 뽑혀진 텔레비젼 연결코드를 붙여주고 나서다.
그녀와 나는 그 드라마를 두번이상 같이 봤고, 볼 때마다 감회가 달라지곤 했다.
드라마 줄거리를 잠깐 열거하면
큰 아들은 수의사에 어쩌다 같은 빌라에 들어온 이승연과 결혼한다.
둘째 아들은 옛사랑이 이혼녀가 되어 돌아오자, 전남편의 자식까지 가족으로 인정하며 결혼하게 된다.
세째는 이승연과 친한 동생사이인 이태란과 결혼한다.
그 빌라에는 고모네 식구들과 같이 사는데, 노처녀 두명을 여식을 둔 가족구성원이다.
맏이는 첫사랑에게 버림받고, 치과의사를 하다가 결국 사별한 그남자와 결혼하며
차분한 성격의 둘째는 다혈질의 영화감독과 만나 결혼한다.
명확하게 제목을 정하는 것이었다면, 내 사랑 누굴까? 라기 보다는 내 파트너는 누굴까? 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드라마를 작년에 거의 처음본 셈이다.
작년 12월 전까지 드라마라곤 본 기억이 거의 없었다.
내가 같이 살던 남자는 뉴스를 보는 것이 취미였기때문에 일요일날 같이 있으면
8시뉴스, 10시뉴스.. 시간을 맞춰서 계속 같은 뉴스를 보곤했다.
나는 그 뉴스를 보면서 뭐라고 같이 얘기하는 일 대신에, 왜 같은 뉴스를 보는일에 그리 전념인지에 대해 짜증스러워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제 혼자서 '내 사랑 누굴까?'를 본다.
작년에 봤을 때는 울화가 치밀면서 재밌었다.
울화가 치민 이유는 하나같이 정상가족인 그 드라마가 현실감각이 뒤떨어진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고, 재미는 작가 특유의 재빠른 말솜씨와 시원시원한 대사때문이었다.
현실에서 결혼생활을 해본 사람은 안다.
여자가 무언가 궁금해 하는 일에 대해서
즉각즉각 대답하는 남자가 있다는 것이 신기할 것이다.
그래서 대리만족하는 것이다.
어제 다시 본 내 사랑 누굴까?는 다른 감흥이 왔다.
둘째 아들의 결혼스토리를 보잔 말이다.
이혼한 여자를 초혼인 자신이 받아들여, 가족구성원에게 동의를 구하며 결혼한다.??
그게 가능하기나 한 얘긴지.
뭐 요새는 그런일이 많아진다고도 하지만, 내가 보기엔 택도없는 얘기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가능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여자들은 결혼을 통해서 희생을 생각하고 있기때문이 아닐까 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신이 결혼을 통해서 획득할 수 있는 기득권(같은 말인지 모르겠지만, 경제적인 부)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기하곤 하지 않는가 말이다.
뭐.. 어제 어떤 언니는 그런일은 쉽지 않다고 하지만..
내 경우를 보더라도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남자보다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사랑이라는 자기 판타지에 걸려서 혹시 다른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았을까? 아무튼 그런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우연히 그런 생각이 들더라.
만약 반대의 경우라면, 내 남자가 나의 입장이라면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경제적인 부와 편안함을 포기하고 나를 선택했을까.. 나는 아니다에 결론을 내렸다.
다시 다른 얘기를 해보자.
내가 줄기차게 쫒아다닌 모남정네에 대한 얘기다.
며칠전에 그는 자신의 결혼과 관련하여 내게 뭔가 중얼거렸다.
결혼이라는 것이 그냥 마음 맞아서 살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상승작용이 있어야하지 않겠냐고 내게 물었다. (여기서 자주 언급해서 미안하긴 하지만..이쯤은 우리끼리 비밀로 해두자.) 요새 그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 같다. 결혼하려 한다.
갑자기 머리가 어질거리더라.
상승작용?
내가 되물었다.
그 상승작용이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경제적 협력을 이뤄서 집을 사는데 더 보태는 것으로 들렸다는 말이다.
나는 꿈을 깨라고 말했다.
내가 틀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말했다.
그렇게 행복한 결혼생활- 부와 사회적 지위를 상승시키는 현명한 여자(?)를 만나는 일은 내게 묻지말라고. 나는 날라리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고...
시간이 좀 지나자..나는 그의 말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내가 가질 수 없는 남자여서가 아니다.(현실이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한번쯤 이혼했거나 사실혼 관계에서 헤어진 여자가 법적으로 총각인 이성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도대체 서로 좋아하고 같이 살아서 보듬어 주는 것 이외에 뭐 그렇게 구구절절 바라는 것이 많은지... 당신도 결국은 가진 것을 하나도 포기하지 못하고 더 갖기 위해 인생의 파트너를 정하는 것이냐고.
그런 뜻이었구나..하고...
혹시 말이다.
내가 사귀었던 남자들이 나를 연인으로 본 것이 아니라.. 엄마이거나 누나이길 바랬던 것은 아니었나?
그래 어쩌면 내가 지나치게 과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당신들은 내가 필요할 때 가족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하지만..나는 당신의 대답에 쓸쓸하다.
알고는 있었지만, 내 쓸쓸함이 더해갔던 것은 이유가 있었다.
결혼이라는 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성적매력이나 사랑과는 아무 상관없는 것이었구나.
물론 성적매력이라는 것은 지극히 사회적인 것이어서.. 당신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은 내가 안다.
나는 당신들과 다른 예외적인 인물이었다고 혼자 판단하고 있었을 때.
내가 힘들때..단 한번 보살핌을 받기 위해서 다른 것을 포기하려 했던 것. 그것처럼 단순한 자포자기극이 이었을뿐이라는 것이 이렇게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인가?.
결혼이라는 판타지는 상상만 해대면서 혼자 꿈꾸는 마스터베이션일 뿐이라고 말이다.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 by 깜짝마녀 | 2005/10/02 06:54 | 트랙백 | 덧글(0)